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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기술이미지 - 맥락없음의 맥락, 2020, 정상우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미지들이 산재한다. 의도가 불분명한 사진이나 용도가 불분명한 그림 등이 이곳저곳에 넘쳐난다.

이미지들은 공적인 장소에, 사적인 장소에, 인터넷에, 물질 세계를 넘어서서 비물질적 세계에까지, 한도를 정하지 않고 그들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들은 매 순간 자연스럽게 잊혀지고 버려지며, 거대한 이미지의 무덤을 형성한다.

그러나 어떠한 맥락에도 편입될 수 없이 잊혀져 쌓여가는 이미지들의 무덤은 그 크기가 방대해짐에 따라 스스로에게 생명을 부여하는것처럼 보인다.
이 무덤은 사람들에게 종종 상상도 못했던 이미지를 제시하거나, 개연성을 감히 유추할 수 없는 상황을 내놓기도 한다.
생산되고 잊혀져 마침내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와중, 소비되는 입장을 벗어나 모종의 주체성을 가진 것 처럼 보인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맥락없음의 맥락’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내 작업은 의중을 쉽게 읽을 수 없는 목탄 드로잉들을 보여준다.
이 이미지들은 근 시일 내에 지워질 것을 전제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소멸을 예고하며 나타난 이들은 서로 모여, 명확한 메세지가 의도되지 않은 맥락을 제시한다.

현대 시대가 무분별하게 뱉어내는 이미지들은 도태되고 버려져 거대한 무덤이 되었고, 이 무덤은 그를 바라보는 자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사한다.
이러한 선사에는 의도된 맥락이 없다. 다만 산발적으로, 그러나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만이 있다.
본 작업은 이러한 현상을 표현하려는 시도이다.